반수 독서실에서 시작한 회사,
영상 스튜디오에서 피지컬 AI까지
반수 독서실에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영상 스튜디오 RESO를 이끌며 피지컬 AI 데이터 회사 KP Digital을 시작한 코쿤 회장 김민준이 직접 쓴 창업기입니다.
- 회사
- RESO, KP Digital
- RESO 고객사
- Hermes, Pepsi, KIA
- 창업 준비
- 수능 다음 날부터
- 코쿤
- 2025년 부회장
2026년 회장
독서실에서
반수를 하던 독서실에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공부와 참 맞지 않는구나. 무언가를 파고드는 건 좋아했지만, 그건 정해진 문제를 빨리 푸는 일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떠오른 건 중학생 때의 기억이었습니다. 명품을 좋아하던 저는 의류 소매업을 했고, 석 달 만에 매출 1,000만 원을 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공부를 위해 내려놓았지만, 그때의 감각은 어딘가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 로고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로고부터 만든 회사
혹시 나도 모르는 재능이 있지 않을까. 수능을 치른 바로 다음 날부터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석대로라면 시장을 조사하고, 고객을 만나고, 비즈니스 모델을 따져 봤어야 했겠지요. 하지만 이제 막 수능을 끝낸 학생에게 그런 순서가 있을 리 없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 로고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에서 따와 ‘르쏘’라고 지었습니다. 철학을 겉핥기로나마 좋아하던 때였습니다. 돌아보면 부르기도 쉽지 않은 이름이고, 해외 클라이언트들은 ‘레소’라고 읽어 처음 뜻과는 멀어졌습니다. 그래도 B2B 회사에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첫 로고는 AI가 디자인을 해 주지 못하던 시절이라 일러스트를 독학해 직접 그렸습니다. 왼쪽 기호는 놀랍게도 새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브랜드 이야기를 르쏘가 전한다는 뜻을 담았고, ‘O’ 안의 빨간 점에는 단조로워 보이는 화면 속에도 특별함을 담는 영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넣었습니다. 지금 보면 꽤 부끄럽습니다.
지금의 로고는 저희 디자이너가 그려 준 뱁새입니다. 로고를 바꾸면서 홈페이지도 함께 새로 만들었습니다. 왜 뱁새냐고 물으신다면, 귀여운 걸 좋아해서입니다. 그래도 ‘O’ 안의 빨간 점과 새라는 뿌리는 그대로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이 캐릭터로 마케팅까지 해 볼 생각이었지만, B2B 시장에서 캐릭터 마케팅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운, 그리고 세 번의 위기
그 뒤로 사업은 운 좋게, 다시 강조하지만 정말 운 좋게 순항했습니다. 물론 순항이라는 말 뒤에는 좌초할 뻔한 위기가 세 번, 귀인이 없었다면 그대로 끝났을 순간이 다섯 번 넘게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인데 새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다음 달 월급과 월세는 어김없이 나가야 했습니다. 괜히 작년에 인센티브로 월급의 100%를 줬나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애쓰는 만큼, 회사도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애써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그 위기는 잘 넘겼고, 일은 다시 이어졌습니다.
꼼꼼하지 못한 대표
누군가는 제가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은 지금도 고쳐야 할 단점입니다. 다만 제 곁에는 실수를 먼저 알아봐 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 저에게는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든 풀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제주도로 가는 공항에서, 옆자리 분께 빌린 충전기를 꽂아 두고 있습니다. 충전기를 두고 왔거든요.
세상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고 믿고 움직입니다.
영상 다음은 피지컬 AI
영상 스튜디오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사업 KP Digital을 시작했습니다. 로봇 학습에 쓰이는 피지컬 AI 데이터를 수집하는 회사입니다.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준비하던 한 달 내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광고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홈페이지로 먼저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기존 업체들을 하나하나 살폈습니다. 지금 시장에 가장 부족한 것, 고객사가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은 ‘좋은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는 안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체 QC 방식과 데이터 정제 기술을 만들었고, 로봇의 학습 성공률을 16%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고객사들이 먼저 연락해 온 것도 이 숫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첫 고객사와의 미팅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학교에서
코쿤에 처음 들어간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조금 더 재미있게 학교를 다니고 싶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린 동아리가 2년이 넘은 지금은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 되었습니다.
첫 학기에 코쿤은 저를 제주도와 베트남에 보내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과, 2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하는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낯설기만 하던 대학 생활에도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귀인 가운데 한 분이 코쿤 1기 회장님입니다. 회장님의 제안으로 2025년에 부회장을 맡았고, 2026년에는 회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던 시기에 회장님은 마음을 붙잡아 주셨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만큼,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연륜으로 알려 주셨습니다.
3년 뒤, 한남동
3년 뒤에는 한남동에 건물을 갖고 싶습니다. 한남동은 대중교통으로 오가기가 불편하니 지하 1층은 주차장, 1층부터 3층까지는 사옥, 4층은 제 집으로 쓸 생각입니다. 법적으로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테니까요.

인연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인연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 내 앞의 사람이, 내년에는 투자를 받아 미국 시장에 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따내 어엿한 회사로 자라 있을 수도 있습니다. 코쿤은 그런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여러분이 창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저희도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김민준 코쿤 회장, RESO 대표